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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후기

2023, 4월 <삶이지닌힘> 워크숍 후기, 돌돌

by 평화문화만들기 2023. 5. 13.

간단히 소개할 말을 찾지 못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스스로를 평화교육진행자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한 지가 1년쯤 된 것 같다. 그런 소개 뒤에는 평화교육이 뭐냐는 질문이 항상 따라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그때그때 떠오르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읊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교육이라는 책임이나 부담감을 빼고 평화라는 키워드를 좀 더 탐험해보고 싶었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시공간을 경험해보고 싶어 신청한 것이 평화의 문화 워크숍이었다. 

 

‘삶이 지닌 힘'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이글이글거리는 힘이 내 삶을 아무리 뒤져봐도, 과거에도 현재에도 없는 것 같아서 비실비실한 힘으로도 괜찮을까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그때 변하는 원으로 둘러앉아 3일을 함께 보내며 느낀 것은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모두 정말 다양한 힘/에너지를 뿜는다는 것, 그래서 무엇보다도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말하고 생각하고 반응하는 속도, 표현하는 방식, 느끼는 것 자체도 아주 제각각이어서 나 역시 그때그때 느끼는 것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마음껏 머금거나 넘길 수도 있는 것도 좋았다. 다양한 연령, 성별, 하는 일, 관심사, 사는 곳의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이 이번 워크숍의 가장 운 좋은 점이었다고 느낀다.

 

강렬했던 순간을 몇 가지 꼽는다면 하나는 ‘연습을 위한 동의'를 함께 읽으며 문장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고 의견을 나누었던 시간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자꾸 생각나서 꾹 참아야했을 만큼 (이미 내가 많은 말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ㅎㅎㅎ) 누군가 한 말에 생각이 뻗어나가고 또 연결되고 갈라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하는 진귀한 경험이었다. 초반 대화의 열기와 몰입도가 너무 강했기 때문인지 후반부에는 다들 조금 지친 듯 ‘동의합니다~’가 연달아 나오던 모습이 지금 다시 떠올려보아도 웃음이 난다.

 

두 번째는 모든 놀이의 순간들이었다. 고백건대 나는 평화주의자라 하기 어려울 만큼 경쟁이나 승부를 좋아하고 상대편이 있든 나 자신과의 싸움이든 승리와 성취가 가져다주는 도파민에 다소 중독되어있다. 물론 평화의 문화 워크숍에서 승부를 가르는 놀이를 하진 않았으나 워낙에 놀이나 게임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여 즐겼던 순간 중 하나로 꼽지 않을 수 없었다. 아, 하나 경쟁(?)적 요소가 있었던 것이 긍정이름 기억해 말하기(담요 놀이)였는데 나는 승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목소리를 높이고 허공에 삿대질을 하며 내 긍정이름 짓기 짝꿍이었던 ‘반하고픈 바다'의 이름을 수차례 외쳤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자마자 다소 폭력적인 모습을 내보인 것이 부끄러워 한참 자기반성을 해야 했다. 그 외에 삐리리 빠리리 밥, 생쥐 놀이, 새둥지천둥 같은 놀이들을 무척 즐겼고, 매번 빨리 끝나는 것이 아쉬워 더 놀자고 하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다. 내가 유난히 즐겼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놀이가 만들어내는 순도 높은 웃음, 몸 움직임이 활성화하는 에너지 같은 것들이 참 매력적이다.

 

세 번째는 핵심자아를 그리고 쓰는 작업으로, 종이 위에서 오일파스텔이 부드럽고 매끄럽게 움직이는 감촉이 깨워주는 또다른 감각이 일차적으로 좋았다. 그리고 다른 활동에서 내 마음이나 경험을 들여다보고 이야기할 때 내 핵심자아 - 내가 이해하기로는 내가 가지고 있고, 추구하고 믿는 내 안의 힘 - 을 계속적으로 상기하는 일이 마음의 일렁임 가운데에 뿌리 내린 나무처럼 단단한 안정감을 주었다. 이후 삶에서 겪게 될 흔들림이나 불안함 속에서도 내 힘을 믿고 발휘하는 데에 이 핵심자아를 떠올리는 일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밖에도 떠오르는 순간이 많지만 체력이 다하여, 그리고 이후에 이 워크숍을 경험하실 분들을 위해서 미지의 영역을 남겨두기 위해 이쯤 적어야겠다. 삶이 가진 힘을 꺼내어보고 닦고 새로이 발견하고 사용해보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또 다양한 존재의 힘들이 마련해주는 안전함과 다양성 속에서 존중받고 존중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허락한다면 제주의 자연에 폭 파묻혀 해보아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연을 닮은 진행자 분들이 만들어준 여유와 안전함에도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이 평화의 시공간을 더 더 많은 분들이 경험할 수 있기를!

 

돌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