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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후기

2022년, 회복력 워크숍 후기, 김현수

by 평화문화만들기 2022. 12. 6.

“우리가 함께 가는 길에서 처음으로 동료애를 느껴요.”

“처음 하는 이야기는 아닌데, 이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이 난 건 처음이예요... ”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감정을 털어 내고, 현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좋은 듣기 동료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실감했어요.”

 

이러한 진솔한 나눔은 2차 평화 훈련 워크숍에서 일어난 일을 설명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주 단순한 내면의 변화. 우리 안에 있는 힘을 발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타인에게 선을 베푸는 것일지도 몰랐다. 타인에게 귀를 기울일 때 그가 서서히 동료로 변해가는 마법, 그리고 동료에게서 다시 힘을 얻어 함께 나아가는 어떤 돌파구를 찾아가는 여정.

 

다른 악기로 같은 곡을 들을 때 색다른 느낌이 드는 것처럼 복음과 기도를 통해 일어나는 내면의 변화가 이런 워크숍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건, 평화 훈련 안에 있는 생명과 복음의 힘을 우리 안에 있는 방법으로 체험하기 때문이고 그래서 신선한 느낌이 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차 평화 훈련에서도 복음을 닮은 생명의 힘을 느꼈지만, 2차에서는 새로운 힘이 우리를 회개로, 전환점을 찍도록 촉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였다.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음악이라는 공간이 생겨서 일을 하면서도 쉴 수 있는 것처럼, 자캐오가 타고 올라갔던 나무를 타고 올라가면 우리에게는 다른 공간이 주어져 그곳에서는 일이 아닌 자매들의 얼굴과 눈빛을, 마음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사랑은 우정에서, 우정은 정에서, 정은 마음에서 오기에 결국 마음을 나누는 일에서 사랑이 시작됨을 깨닫는 시간, 그 시간은 거창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온 엄청난 깨달음이아니라 소소한 프로그램에서 나눈 마음이 쌓이고, 소통이 쌓여, 함께 느낀 통찰이 전해준 소소한 깨달음이라도 자캐오 나무에로 올라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나무에 올라가자 좁디 좁은 나의 세상을 넘어서 비로소 타인이 보이고, 세상을 향한 시야가 좀더 넓어져 자캐오에게 일어난 일, 진리의 빛을 만나고 예전의 방식과는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힘, 구원이 내린 집에서 살게 된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냐고 묻는다면... 참 자아(핵심 자아)로 되돌아가, 참 자아에서 멀어져 거짓 자아에 머무르며 고통을 겪고 있던 나와 동료들을 느낄 때 이에 대한 연민이 새로운 통찰을 주었다. 나의 참된 자아는 생명으로 살아갈 힘과 고통을 다룰 힘을 지니고 있다는 깨달음. 동료는 나에게 고통을 주는 적이 아니라, 서로를 필요로 하는 약하고 작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알아차리는 것에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

 

우리는 감정 발산으로 이 연습을 이어갔는데, 말없이 기억에 의해 부정적인 감정을 발산하는 동료를 지켜봐 주는 단순한 행동으로도 우리는 다시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동료는 울거나 소리를 내는 등의 발산을 했고, 나 역시 그랬는데, 이 때 누군가가 따쓰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위로가 연민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경험하며 위로를 주었다. 네가 지금은 고통스러워 하지만, 너에게는 그 고통을 이겨낼 힘과 사랑도 있다는 것을 알라...는 따쓰한 목소리였다.

 

트라우마 회복되기연습에서는 스트레스, 고통, 트라우마, 여기에서 나오는 반응을 살펴보며 우리의 기억에 의해 얼어붙은 반응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트라우마가 된 기억을 나누는 시간에는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를 다루는 데 집중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작업을 하고, 좋은 듣기 동료를 통해 현재로 돌아오도록 도움을 받는 체험을 하였다. 즉 얼어붙은 자신의 반응을 다르게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을 확인하고, 핵심 자아를 그린 그림을 통해 참 자아로 되돌아와서 스스로를 돌보는 연습을 하였다. 중요했던 것은 함께 가는 동료들의 역할이 소중했으며, 혼자서는 결코 멀리갈 수 없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돌파구체험 무의식적으로 같은 패턴에서 나오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알아차릴 때,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바라보고, 결단이 필요함을 알게 해 주었다. 나를 생명에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힘 하나(예를 들면 나의 완고함)를 선언하고, 그 힘에 역행한다는 제스쳐를 표현하는 단순한 행동은 나의 작은 행동이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나는 자신만이 아닌 공동체를 위해 회심해야 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결국 내가 살아갈 곳은 바로 내가 만들어가는 바로 그 공동체였기 때문이었다.

 

회심이란 원래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는 것, 우정에서 시작해 서로가 지닌 힘과 가치를 긍정하고, 더 나아가 소통에로 나아가고자 하는 나의 어떤 구체적인 행위에까지 이르는 일이라는 것은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느끼며, 내가 얼마나 자주 가짜 회심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이를 모르고 있었음에 부끄러웠다. 그동안 내가 지닌 무수한 판단과 완고함을 내려놓게 하는 부끄러움...그렇게 부끄러움은 다시 쓸데없는 짐이자 사슬이었던 완고함을 내려놓는 가벼움으로 나를 기쁘게 했고, 언제든 우리가 되돌아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보도록 도와 주었다. 하느님에게서 온 단순한 아름다움과 넘치는 생명력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보게 해 준 키가 큰 자캐오 나무는 다름 아닌 작고 여린 나의 형제, 자매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