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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네트워크 활동

2020년 인도네시아 평화문화 만들기 국제워크숍 후기

by 평화문화만들기 2024. 2. 3.

놀이 - 창조성, 해방, 친밀함

"보편적이면서 평범한 것"
새해를 시작하자마자 3주간 평화의 문화 만들기 Creating Cultures of Peace 국제평화워크숍에 참여했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세마랑에서도 2시간을 더 가야 있는 중소도시 빠띠Pati에 있는 '평화의 자리'Peace Place라는 평화훈련센터이자 통합교육을 하는 어린이집에서 진행되었다.
매년 1월 7년 째 열리는 이 평화훈련에는 케냐, 네팔, 필리핀, 뉴질랜드, 영국, 러시아-체첸, 한국 등 약 10 여개국의 평화(교육)활동가들이 참석한다. 각 지역에서 성/가정폭력 피해여성, 땅이 없는 농부, 전쟁피해아동청소년, 해양생태보호, 아동청소년보호시설, 원주민문화보존 등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일하는 세계시민들이 모이는 자리다. 총 2주간 개인변혁과 사회변혁을 위한 구체적인 도구들을 배우고 익힌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45명의 언어와 문화 종교가 다른 국제참가자들이 통역을 거쳐 서로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온몸으로 듣는 시간이 이어진다. 다른 언어로 인해 이해가 충분하지 않을 때 우리는 몸의 언어에 의지하며 소통하려 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쓰지 않던 얼굴 근육들이 더 말랑해지고 힘이 생긴 것 같다.
 
진정한 자기 자신을 이미지로 표현해서 소개하는 시간
평화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연습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선함과 능력을 신뢰한다. 진정한 나를 탐색하고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표현해본다. 또 크고 작은 트라우마의 경험을 지니고 살아가며 그것에 압도되지 않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현재의 나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하게 감정을 발산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다양한 힘의 종류에 대해 알아차리고 폭력에 '아니오'라고 하고 비폭력을 선택하는 힘을 기른다. 그 가운데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삶이 지닌, 변혁의 힘을 알아차리고 사용하는 연습을 한다.
평화의 문화는 개인적 변혁에서 그치지 않는다. 개인이 속한 가정, 직장, 사회 공동체의 변혁이 없이 가능하지 않다. 후반부 연습은 사회변혁에 대한 것이다. 세대를 통해 구조 속에서 억압을 경험해온 개인들이 그것을 중단시키는 노력을 해나간다. 나 자신이 억압의 희생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룹 안에 누군가에게 그 희생자의 역할을 옮기거나 부당하고 불필요한 힘의 행사에 참여하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차려본다. 또 편견과 특권을 없애고 포기하지 않는 한 억압으로부터 누구도 해방될 수 없음을 지극히 일상적인 우리 삶의 태도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그것을 깨닫게 된다.
 
국제워크숍 장소, 피스플레이스
2주 동안 인도네시아는 참 뜨거웠다. 에어콘이 전혀 없는 워크숍 장소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참여를 통해 배움의 경험을 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한 낮의 열기, 다른 언어에서 오는 피로감 등등. 그런데 놀랍게도 훈련이 끝나갈 때 사람들이 지치기 보다 더 생기있어졌다.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기운이 느껴졌다. 참가자 개인으로서의 변화이자 45명의 배움의 공동체의 변화 말이다. 워크숍 소감 나눔 시간에 자주 나온 말이자 또 도구들을 배우면서 자주 등장한 말이다. '우리가 하는 연습과 경험은 보편적이고 평범한 것'이라는 것. 정말 그랬다. 우리는 정말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갖고 모여 있는데 평화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소름 돋는 인간의 보편성을 목격했다. 슬픔, 두려움의 감정을 느끼고 발산하는 방식의 동일함, 어느 사회에 속해있던 비슷한 폭력과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있는 것 그것을 마주하는 방식과 중단시키기 위한 방식에서의 공통성. 또 나라는 존재만 겪는 뭔가 특별하고 예외적인 일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겪는 평범한 일을 우리는 세계의 아주 다른 자리에서 각자 경험하고 있다는 것. 내가 외로이 특별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알아차림 혹은 깨달음에서 우리는 어떤 해방감과 연결됨을 느끼고 치유를 위한 얼어붙은 감정이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마도 그래서였을까. 날씨는 굉장히 더웠지만, 따뜻하게 데워진 마음 때문에 그 열기가 덜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변혁하는 힘 만다라

12살 어린이에서 80세 어른까지.
무슬림, 개신교, 가톨릭, 불교, 무신론자까지 다양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 인종도 언어도 참 다른 참가자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간 2주간의 평화연습의 모습이 보편적이고도 평범한 세상의 모습을 한 것이라면,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즐거워진다.
3주를 꼬박 있으면서 정이 든 그곳의 풍경들이 그리워 가슴이 찌릿해진다. 러시아-체첸에서 온 친구와 인도네시아 무슬림 친구들이 기도시간에 함께 절하는 뒷 모습. 최연소 참가자 12살 아구스가 마지막 날 헤어짐의 눈물을 흘리던 것. 청각장애를 지닌 8살 빌랄을 위해 모두가 몸짓으로 소통을 하려고 함께 수화를 배웠던 시간. 그리고 평화가 가능하다고 믿게 해준 동료들의 우정, 지지, 격려, 용기, 협력의 순간들! 한 해를 힘내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선물이 된 시간이었다.
 
 
호수